상냥함

 

 

 

 

 

 

 

친구 부부네 집에 하룻밤 묵는 것으로 모처럼 초대되었다.

백화점에서 포장이 그럴싸하게 잘 된 큼지막한 딸기 두 팩을 사고,

친구네 부부는 그 지역에서 유명한 족발 한 팩과 내가 먹고싶어한 닭강정을 퇴근길에 금세 사왔다.

저녁을 먹으며 이런저런 요즘 이야기들을 나누고,

내일 있을 일정에 대한 환담으로 시간을 보냈다.

어느새 친구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하는 사이

친구 남편이 저녁식사자리를 싹 치우고 내가 사온 딸기 한 팩을

근사하게 씻어서 그릇에 내왔다.

몇 점을 나눠먹고, 하얀 톤으로 정리된 조그마한 거실에서 또 이야기를 나누다가

깨끗하게 정돈된 침실에서 인사를 나누고 잠들었다.

 

 

그냥 그런 적당한 거리감과 예의로 이루어지는 사람사이, 선을 넘지 않는 유머같은

상식적인 만남이 요 몇달 사이에 먼 일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