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주트, 전후 유럽 1945~2005 1·2, 열린책들, 2019(2005의 개정판)

 

 

  특히 전후 독일의 이와 같은 여초 현상은 누차 지적되었다. 독일 남성은 휘황찬란한 히틀러 군대의 초인에서 누더기를 걸친 채 기진맥진하여 뒤늦게 귀환하는 포로들로 전락했으며 부득이 그들 없이도 살아남고 그럭저럭 지내는 법을 배운 한 세대의 고생한 여인들과 멍하니 해후했다. , p.54

 

 

  1945년에서 1946년 사이 소련의 독일 점령 지구에서는 15만 명에서 20만 명에 이르는 〈러시아인 아기들〉이 태어났으며, 이 숫자는 보고되지 않은 수많은 낙태 수치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낙태의 결과로 많은 여성들이 원치 않은 태아와 함께 사망했다. , p.57

 

 내전이 남기는 깊은 상처 중 하나는 적이 패배한 뒤에도 그 자리에 그대로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 p.82

 

  1945년의 상황에서, 폐허 더미로 뒤덮인 대륙에서, 마치 과거는 정말 죽어 매장되고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처럼 행동함으로써 얻을 것은 많았다. 그 대가는 주로 독일에서 나타난 어느 정도의 선택적이고 집단적인 망각이었다. , p.127

 

 

  2장 <보복> 챕터는 특히 전후 과거사 청산 과정에서 독일의 탈나치화의 실패를 다루고 있는데, 빼야 할 문장이 거의 없다. 친일파 청산에 실패한 국가의 국민이 보기에 탄식이 나오는 서술들.

 

 

  가난한 나라에서는 국가만이 주민 대다수에게 희망이나 구원을 제공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불황과 점령, 내란의 뒤끝에서 국가는 복지와 안전, 공평함의 대행자로서 공동치와 사회적 유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원천이었다. 오늘날 많은 평자들은 국가의 소유와 국가에 대한 의존은 유럽의 문제이며 위로부터 내려지는 구원은 그 시대의 환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1945년의 세대는 정치적 자유와 행정 국가의 합리적이고 공정한 분배 기능 사이의 적절한 균형이 나락에서 탈출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느꼈다. , p.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