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ise

 

 

지금 보니 정말 잘 찍은 겨울의 파리잖아!

 

 

 학부 공부를 마치고 나니 어디에서도 내게 공부를 시키는 사람이 없다.

졸업할 때에는 막연히 시험이 없는 삶이 즐겁기만 할 줄 알았는데

20년 넘게 무언가를 배워오던 것을 멈추고 나니

주입되지 않는 지식이 그리워서 자꾸 무언갈 찾게 된다.

대학원을 가지 않는다면 고만고만한 젊은이들 사이에서

지식의 풍성함이 최고점을 찍는 때는 학부 3학년 2학기에서 4학년 1학기 사이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며..

 

일에 정신없이 몰두하다 보면 건강도 해치기 마련이지만

(아직도 귀가 가끔씩 멍하고 청력이 떨어진다)

차안대를 낀 경주마처럼 한 곳을 향해 질주하다보니

주변 잡기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때가 온다

그러다 동창을 만나거나,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하는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한 우물을 파느라 어느 새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모든 것을 잘 할 순 없으나

모든 것에 의욕적이었던 시절은 갔나 보다.

 

아무튼 그런 나도 개강을 했다.

벌써 학사 편입이 4학년 1학기인데 정말..

터무니없이 배운 것이 적군.

장학금을 받지 않았더라면 돈 낭비도 이런 돈 낭비가 없었겠다.

 

나는 사촌언니가 대학원까지 수학한 대학에서 같은 학부로 공부중인데

사실 대학원에 대한 망막한 공포를 가졌어서

대학원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었는데

다다음 학기에 졸업을 하게 된다면

기회를 봐서 대학원도 진학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다.

대학원 조교까지 하고 관둔 언니와

학과장인 삼촌의 꼬드김에 넘어가기 직전이다.

 

아 아니 그냥.. 학사 학위 세 개 쯤이라도 괜찮아..

사실 필요한 건 학부 교양 강의 정도의 지식이다.

기말 소논문을 꼭 잘 써야 할 성의까지는 필요하지 않은 2학점 짜리 정도의...

 

 

 

은근슬쩍 올리는 것은 사랑하는 빈

Westbahnhof 앞의 진짜 맛있는 되너 샌드위치 가게가 있는데..

되너 샐러드를 포틀락 파티에 누가 사왔는데

내가 진짜 양동이째 조진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프로이트가 거닐었던 도시 곳곳을 내 것으로 만들면서

행복했던 기억

골목골목 지도 없이도 돌아다니던 겨울의 빈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