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

 

 

우울증과 불안장애로 약을 먹으면서

지난 2년간의 기억이 거의 삭제된 탓에

상담을 다니면서도 어려움이 많았는데

(ex. 선생님이 지난 한 달 뭐 했냐고 물으면 잘 모르겠다고 답해서 정적..)

 

오늘 일기를 일기 박스에 넣다 보니 깨달았다.

다이어리는 매년 꾸준히 샀었다.

2019년까지는 다이어리가 드문드문하긴 했어도

뭐 했다, 뭘 샀다, 뭘 보러 갔다 군데군데 흔적이 남아있는데

20년과 21년 다이어리는 한 장도 쓰지 않았다.

간신히 영화티켓이 붙어있는 페이지를 몇 장 모아다 찢어내어 두고

백지 다이어리 두 개를 내다 버렸다.

그 많은 축축하고 점성이 강한 밤들을 어떻게 보내왔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

그저 깊은 절망에 파묻혀 있었다.

 

작년 말부터 많이 상태가 좋아져서

올해는 벌써 2달째 일기를 매일매일 열심히 쓰고 있다.

(이쯤이 칭찬 스티커 백장쯤 붙여줘야 하는 부분)

 

다만 일기장에 꾸준하게 솔직하지 못한 점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하루에 감정의 요동이 -100에서 100까지를 오갔다면

(다이어리엔 -5에서 0까지만을 적는 버릇..)

 

그래도 이번 상담 때에는 선생님께 다이어리 한 페이지도 보여드렸다!

선생님이 나보다 더 기쁘게 칭찬을 해 주셔서 울고 왔다.

내 통곡의 벽이 되어주시는 상담선생님 항상 너무 감사하다.

물론 선생님은 날 데리고 아직도 갈 길이 머신 것 같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