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일기 03

 

 

 

 

나는 화, 목 새벽 수영을 간다.

신규 회원을 모집하는 반이 화목 반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이 반에 들어왔는데,

다음 달에 연장하게 된다면 강사님이 같다면 월수금 반으로 옮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10월은 두 번이나 월요일에 대체공휴일이 들어있는데,

이것 때문에 월수금 반은 두 번이나 강습을 못 듣게 된다.

그래서 화목반이 더 유리하지 않나 생각했었다.

또 내가 수영을 처음 해보다시피 하니,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도 있었다.

<물>이라는 변수 외에도 수영장은 다양한 적응이 필요한 곳이다.

타인과 나체를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듯 공유해야 하는 탈의실과 샤워실,

초급반의 뒤숭숭한 분위기, 수영장의 부대시설에 대한 만족감이나 불편함,

새벽에 따듯한 잠자리를 박차고 나서야 한다는 용기의 유무 등등..

 

 

막상 목요일 수영을 마치고 금,토,일,월을 보내며 든 생각은

아 빨리 수영장의 락스 섞인 물에 빠져서 모든 상념을 지워버리고 싶다는 거였다.

 

 

 

오늘도 역시 성인풀을 걷기로 한 바퀴 돌고 유아풀로 모였다.

유아풀에서 두 번 정도 한 호흡으로 돌기를 한 후에 강사님이 킥판을 가져다 주셨다.

음파음파 호흡과 발차기를 동시에 킥판으로 밀고 나가며 하는 거였다.

오늘은 한 분이 수업을 빠지셔서 셋이서 킥판으로 열심히 발차기 연습을 했다.

 

 

나는 허벅지가 불타는 것 같아서 못하겠는데, 나 말고 다른 두 분은 호흡이 벅차서 못 하겠다고 헐떡이셨다.

나는 호흡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끊임없이 발차기를 하니 다리가 저릿저릿했다.

그래도 또 물에 고개를 푹 박고 발차기해서 나아가면 기분이 좋았다.

 

각자의 연유로 헉헉거리면서 유아풀에 발장구를 치며

우리도 성인풀 못지 않게 열심히 연습했다!

30여 분동안 유아풀을 15바퀴정도 돌았더니

강사님이 마지막에 성인풀로 불러냈을 때 그만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50분의 수업시간이 끝나고 초급반 회원들을 모두 가라고 돌려보내고

빈 성인풀 초급레인에 우리를 들어오라고 부르신 강사님은...

유아풀에서 하던 킥판연습을 초급레인에서 한 번만 가보자고 하셨다.

 

 

 

 

...

 

25m 편도를 한 호흡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며 가는데

유아풀은 손 뻗으면 닿을 것 같은 안정감이 있었는데

성인풀은 너무 깊은 심연이었다.

 

 

 

 

< 자유형 25m >

기록은 그렇게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