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일기 06

 

 

 

 

 

벌써 수영도 3주차가 다 끝나간다. 처음엔 어떻게 시작하나 깜깜하기만 했는데 이제는 새벽에 일어나 주섬주섬 대충 옷 주워입고 눈꺼풀에 겨우 물만 묻히고 나가는 삶이 꽤 친숙해졌다. 3년, 4년씩 새벽수영을 계속하시는 수영 선배님들 블로그를 매일 염탐하면서 나도 꾸준히 수영을 해봐야지 다짐했다.

 

 

수영은 다른 운동과 다르게 내가 할 줄 아는 삶의 기술이 하나 추가된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러닝을 하거나, 헬스와 홈트에 미쳐서 매일 두 시간씩 근력운동을 했었던 적도 있지만 역시 그런 운동들은 '내가 누군가와 비교되는 멋진 특장점을 갖고 있다!' 이런 느낌은 없었다. 물론 꾸준히 할수록 어떤 운동이든 어떤 취미생활이든 멋진 삶의 한 부분이 되긴 하지만, 운동을 꾸준히 길게 하게 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이것이란 말이다.

 

 

"수영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 멋있다!"

 

 

어쨌거나 수영을 계속 한다면 바다에 어느날 갑자기 풍덩 빠지는 일이 생기더라도 조금은 덜 당황하게 될 테니까.. 적어도... 평영까지 배우면?ㅎㅎ

 

 

오늘은 생리가 거의 끝물인 날인데도 몸이 너무 무거워서 아주 혼났다. 게다가 회원님들도 출석이 반토막났다. ㅜㅜ. 워밍업때 강사님이 나를 중간에 세우셔서 어어, 저 뒤로 가면 안 될까요? 했더니 잘 하던데? 일단 가세요~ 해서 울며 겨자먹기로 자유형 발차기로 두 바퀴를 돌자 금세 심박이 피크를 찍었다. ㅜㅜ 샘 어쩐지 다른 회원님하고 나하고 착각하시는 것 같은데,,, 샘 저 진짜 초보거든요?? 이번달에 등록했어요ㅠㅠ 했더니 웃으면서 안다고 뒤로 빼주셨다. 흐어엉..

 

 

목요일이 제일 몸이 잘 나가는 것 같다고 했던 게 불과 지난 주인데! 다리가 너무 무겁고 호흡이 버거워서 두어 번 가다가 서다가 했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열심히 힘내서 느릿느릿 들어갔더니 선생님이 선심 쓴다는 표정으로 배영 발차기 해봅시다~! 하셨다.

 

 

배영 발차기 연습은 호흡을 신경쓸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심적으로 조금 덜 부담스러웠지만, 제일 큰 난관은 역시

 

 

 

 

 

접촉사고였다.

 

천장을 보고 가니 '우리 수영장 천장에 천창이 있어서 아침 채광이 들어오는구나!'라는 생각도 잠시... '내가 제대로 가고 있지 않다!' 하는 느낌이 들었다. 왜냐하면 어느 순간 내 머리가 옆 레인을 들이받고 있었다.

 

 

 

(당황한 옆 교정레인 회원님들...)

 

별안간 레인 중간에서 냅다 레인에 머리 들이박는 사람... 처음 보시나요? 예..

 

 

아무래도 양쪽 발차기의 힘이 다른 이유 때문인 것 같은데, 나같은 경우에 오른발잡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내가 왼발을 수술했기 때문에 아직도 왼쪽 다리의 근육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인지, 오른쪽 다리가 힘이 더 세서 자꾸만 왼쪽으로 가는 거였다. 그래서 왼쪽 다리에 더 힘을 줘서 발을 찼더니 반대편에서 돌아오시는 우리 레인 회원님들께 냅다 고개를 들이박았다.

 

 

그래서 결국 예쁜 연보라 수영복을 입으신 회원님께 죄송하다고 여러 번 사과했다.ㅜㅜ

연보라 수영복 회원님이 너무 착하셔서 괜찮다고 또 서서 서로 물 속에서 고개 박음.

 

 

 

그래서 천장을 그냥 예쁘다~ 헤헤.. 하면서 볼 게 아니라 천장 타일 라인을 딱 맞춰 간다 생각하고 열심히 노력했더니 그나마 조금은 방향이 교정되었다. 그렇게 잘 가고 있던 순간 반대편 레인 끝까지 도착한 줄 모르고 뒷벽에 머리 냅다 박음.

 

아오... 또 배웠다.

 

 

 

수영장엔 항상 이 깃발이 있는데, 이게 '배영 턴 깃발'이라는 것이고, '곧 턴할 지점이 돌아오니 대가리 박지 않게 유의하세요.' 라는 표시였다.

 

 

 

 

하루 하루 배움은 끝이 없구나!

 

 

그렇게 대가리 열심히 박고 돌아오니 강사님이 사이드킥으로 가보라고 하셨다. 사이드킥 연습을 하면서는 자세가 너무 좋다고 하셨다. 수영 가기 전날 밤에 유튜브로 사이드킥 연습영상을 찾아보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 대로 하려고 노력해서일까? 신났다. 물을 겁나게 먹는 거랑은 별개로... 사이드킥만 하면 어깨에 힘이 꽉 들어가서 고생했는데 어깨힘을 빼려고 노력했더니 그래도 승모근이랑 어깨가 조금 덜 아픈 것 같았다.

 

 

 

그리고 수영장에서 물 뱉는 법도 배웠다.

 

 

 

 

이렇게 하는 거임.. 이 짤이 수영인의 근본이었음..

 

 

나는 수영장 물 먹는 것도 물 뱉는 것도 자연스럽지 못했는데 상급자 분들 다 사이드킥하면서 이렇게 뱉으시는 거였다. 강사님이 물 먹고 물 뱉는 거에 익숙해지지 못하면 물 먹는다는 거에 겁을 먹어서 몸을 이완시키지 못하니까 괜찮다고 격려해주셨다. 똑같이 코로 들어가고 귀로 들어가는 모든 물들을 괜찮다고 여기자 사이드킥도 조금 더 편하게 할 수 있었다. 나는 충분히 물과 친해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멋진 수영인은 내 구멍으로 나왔다 들어가는 모든 물들에도 초연해지는 거였구나!!

 

 

아무튼 몸이 너무 무거워서 발이 잘 나가진 않았지만 수영을 짝사랑한다는 마음으로 마지막까지 열심히 돌았다!

 

 

 

 

 

그랬더니 수영 운동 신기록을 세웠다.

아직은 레벨업이 빨라서 재미있어!

 

 

 

 

 

 

왓츠 인 마이 스윔백은 수영을 다음달부터 시작하기로 한 친구들을 위해서 찍어보았다.

수영가방 이제는 좀 안정적으로 싸서 다니는 것 같다!

 

 

2주차까지는 뭐가 계속 없어서 아! 그거 까먹었다...! 하고 얼레벌레 다녔었는데 이제 제법 수영인답죠?